2022-01-17 월요일

[2022 신년기획] '가지사랑농장' 김인기, 정년퇴직 없는 내일을 찾아서

'21 우수 귀농귀촌 20人을 만나다⑯
지역주민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라

홍미경 기자 등록 2022-01-1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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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신문 홍미경 기자]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는 귀농귀촌과 농업창업을 준비하는 도시민, 청년들을 위해 실제 귀농인들의 사례를 찾아 '2021년 귀농귀촌 우수 사례 20인'을 선정했다. <농업경제신문>은 특별취재팀을 꾸려 농촌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2021 귀농귀촌 우수 사례 20인을 만나 경험담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지역 정착과 성공 사례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청년층부터 인생 2막을 시작한 중장년층까지 실제 귀농한 그들이 꿈꾸는 미래 농촌과 그리고 현재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김인기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의성군 다인면 산내리. 정갈하게 닦인 신작로를 지나 마을에 들어서니 고요하고 깔끔한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멀리서 보리는 '가지사랑농장'의 주인인 김인기 대표는 멀리 보면 영락없는 손질하지 않은 더벅머리 총각같아 보이지만, 벌써 귀농 4년 차의 중견(?) 귀농인이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하우스 안에서 몇 시간이고 가지 손질을 하고 나와 땀으로 흠뻑 젖은 그가 말간 미소로 취재진을 맞았다.

정년퇴직 없는 내일을 찾아서

"여름철에는 낮에 일을 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한창 더울 때는 42도까지 오르기도 하지요. 때문에 낮 시간을 피해 새벽 5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일하고, 저녁에는 6시부터 8시께 마무리합니다. 그때도 열기가 남아 있어 작업이 쉽지는 않지만, 농부의 손길이 얼마나 닿느냐에 따라 작물의 상태가 달라집니다."

무더위를 피해 새벽시간과 저녁시간에 일해야 한다고 말문을 연 김인기 대표는 극한직업같아 보이지만, 땀 흘린 만큼 결과가 얻어지는 고귀한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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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4년 전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캠핑용품 제조회사에서 관리팀으로 12년 근무했다. 당시만 해도 회사의 매출은 많이 오르던 시절이었다. 회사의 발전성은 있었지만 그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갔다.

"당시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였었죠. 청춘을 다해 회사를 일으키고 우뚝 세우며 보람도 있고 자부심도 컸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도 높았던 시절이었지만 한켠에는 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남들은 이르다고 했지만, 100세 시대 평생 일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년퇴직이 없는 내일을 찾아보니 '농업'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길로 귀농을 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귀농 결심 후 6개월 만에 농촌 입성

김인기 대표는 결심을 하고 곧장 사표를 던지고 준비에 돌입, 6개월 만에 경북 의성을 찾았다. 회사에 다닐 때도 추진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만큼 귀농 역시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지금 돌아보면 조금은 무모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과거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회사에 다니면서 차근차근 준비했을 겁니다. 특히 귀농을 하려면 어떤 작물을 할지를 정하고 이후 1차 작물 재배만 할 건지, 2차 가공까지 할 건지, 아니면 3차 유통까지 할 건지 또는 체험까지 할 건지, 그 이후 복합차수(보통 6차) 농업까지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경우에는 조금 성급하게 결정하고 아무것도 없이 무작정 내려온 케이스죠. 결과적으로 잘 됐지만 지금 돌아보면 조금 아찔합니다."

귀농 후 농업기술센터를 찾아 각종 자료수집과 교육을 받으며 수익이 좋다는 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순식간에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수도 없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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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얘기에 휩쓸리면 안됩니다. 자기에게 맞는 작목을 골라야 합니다. 팔랑팔랑 흔들리던 마음을 추스르고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현지 농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요. 1박2일 머무르며 작물의 특징과 기술을 익히면서 감을 느꼈습니다. 익히는 데만도 최소 1년이 걸립니다. 어떤 작물은 겨울에 수확하는 것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체험한 뒤 가지를 재배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근 건강한 라이프가 강조되면서 가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연중 재배가 가능한 점과 초보인 김 대표가 키우기에도 무리가 없다는 점 등이 선택 배경이 됐다. 하지만 농사꾼은 스스로 키우는 작물에 있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가지 재배에 대한 모든 것을 익히기로 하고 공부에 돌입했습니다. 공부하다 보니 작물에 대한 전문성에 이어서 어떻게 사업화를 하느냐도 중요했습니다. 이제 농업인들은 단순히 농작물 재배에 그치지 않고, 마케팅과 판매까지 복합적인 차원의 자질이 요구되더라고요."

지역 주민들 이야기 경청... 자연스레 융화

농사는 도심에서의 직장 생활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스트레스가 없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 원하는 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도 적잖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장단점을 있는 법. 김인기 대표는 늘 흔들리거나 후회가 몰려오면 귀농을 결심했던 첫 마음을 떠올린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았던 시절, 미래가 없어 암울했던 그 시간들을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귀농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으려면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다인면에서도 귀농 후 포기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을 여럿 봤습니다. 귀농에 적응하려면 첫 번째가 자신에게 맞는 작물을 찾는 것이고 다음이 지역민들과 '인간관계'를 어떻게 형성해가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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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갔다. 무엇보다 멘토를 비롯해 늘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로 다가갔다.

"어느 때는 좀 귀찮을 정도로 이것저것 알려주시곤 합니다. 그것을 귀찮다 여기거나 잔소리라고 여기는 순간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분들 역시 젊은 귀농인이 지역에 와 잘 되라고 건네는 말씀이라 여기고 늘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지역주민들에게 융화가 돼 있었습니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으니 이 정도면 정착에 성공한 셈입니다."

맨땅에 헤딩... 정책자금 활용해서 극복

그 외에 또 다른 고충은 자본금 문제였다. 귀농인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갈만한 고민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지만 정책자금 등을 활용해서 극복했다고 밝혔다.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를 하다 보면 농업이 진짜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시키려면 늘 자본금이 문제죠. 그런데 좌절만 하고 있으면 해결이 안 됩니다. 농업기술원, 지자체 등등 기관의 문턱이 닳도록 다니며 지원금과 지원제도에 대해 묻고 또 물었습니다.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을 끌어모아 지금의 농장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갚아야 하는 금액과 기간까지 고려해서 적정 수준 받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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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기 대표는 가지 농장을 운영하면서 도 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에도 신청서 내놨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늘 그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신청한 사업에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귀농에 대해 알아보는 예비 귀농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점입니다. 농업에는 도전할 수 있는 대문이 활짝 열려있고, 또한 미래에 가능성이 열려있어요. 다만 진짜 신중하게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그는 농촌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만 삶이 180도 달라진다는 점은 명확히 알고 오라고 당부했다.

"도시에서의 생활과는 완전히 다르죠. 그래서 한번 결정하면 올인해야 합니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실제 농촌체험도 해봐야 합니다. 이 약을 왜 쳐야 하는지, 아침에 쳐야 하는지 저녁에 쳐야 하는지. 또 농도 비율을 얼마로 하는지 등 잘못했다간 그해 농사를 아주 망칠 수 있으니까요. 잘못해서 잎파리가 타들어가는 경우 정말 심각해집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농도를 높였다가는 작물에 약을 주는 게 아니라 독을 주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실수를 안 하려면 무조건 많이 배워야 합니다. 농사도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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