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7 월요일

'고향사랑기부금법' 지역경제 활성화 '마중물' 되려면?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로 세액 공제받고 지역특산물 답례품까지
기부자 중심 납부 시스템 구축과 세부 사업 설계 등 보완 뒤따라야

이호빈 기자 등록 2022-01-12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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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2일 경남 의령군 무전리 들녘 논에서 농민이 올해 첫 벼 수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업경제신문 이호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과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고향사랑 기부금법'이 향후 농어촌 경제 활성화에 마중물이 될지 기대된다.

지난해 10월 국회를 통과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하 고향사랑기부금법)'은 고향에 대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기부금을 통해 지방의 새로운 재원을 확보함으로써 재정이 취약한 자치단체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마련된 법률이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은 대통령 국정과제로서 2017년 처음 발의됐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난해 7월 재논의됐고, 이후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시행시기는 원안인 '공포 후 6개월'에서 2023년 1월 1일로 조정됐다. 올해 6월 1일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고향사랑기부법은 최근 가속화되는 인구유출과 지방자치단체 재정악화로 인해 지역사회 활력이 저하되는 등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자치단체에 인구감소와 재정악화의 악순환을 완화시킬 제도적 수단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가의 하향식 지원에만 의존하던 지방재정에 숨통을 틔워줄 정책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 지역 간 재정격차 심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인 재정자립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역 간 격차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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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2020년 기준 서울 81.4%, 경기 64.8%, 인천 59.8% 등 수도권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강원 28.8%, 전북 30.1%, 전남 28.1% 등의 재정자립도는 매우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전국 평균 48.7%의 재정자립도에 비해 군 규모의 재정자립도는 17.3%로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농촌지역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소멸할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과 함께 재정자립도 역시 취약하다는 것도 농촌소멸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

◇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

고향사랑기부금법에 따라 기부자는 자신의 주소지 관할 자치단체 이외의 자치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기부액은 연간 500만원까지 가능하며, 기부자에게는 일정금액의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이 제공된다.

특히 10만원 이내로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가 되고 10만원 초과분은 16.5%의 세액이 공제된다. 또, 기부액의 30% 이내 및 최대 100만원 이내로 지역특산물 등의 답례품이 제공된다.

아울러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기부의 강요를 금지하고 모금방법도 엄격하게 제한하는데, 업무·고용 등의 관계에 있는 자는 기부 또는 모금이 불가하고 모금방법은 광고매체를 통해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개별적인 전화나 서신, 호별방문, 향우회·동창회 활용 등 사적 방법을 동원한 모금은 불가하며, 강제모집 등을 방지하기 위해 법인(기업)의 기부도 허용하지 않는다.

한편,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기관·공무원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출연하여 설립된 법인·단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지만, 고향사랑기부금법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지 않는다.

◇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방재정 확충에 기여

행안부는 기부자에게 자치단체 관할구역 안에서 생산·제조된 물품과 관할구역 안에서 통용되는 지역사랑 상품권 등 유가증권, 기타 조례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정한 물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이나 고가의 귀금속류, 보석류는 금지된다.

이렇게 관할구역 내에서 생산 물품 등을 위주로 답례품을 구성하면서 지역특산품에 대한 새로운 시장과 판로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활성화에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도권 등으로 인구 유출이 심한 지역일수록 출향인 수가 많아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해 지방재정 확보에 유리한 만큼, 이 법을 통해 지방재정 확충의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 투명한 관리·감독 등으로 부작용 방지

행안부는 기부금 관리·운용 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 부작용 발생에 대한 방지대책도 마련하고, 자치단체가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기부금을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고향사랑기부금법은 모금단계에서 누구나 타인에게 모금을 강요할 경우 처벌조항을 규정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일반주민의 공익신고조항도 포함했다.

또 기부금품의 사용도 자치단체별로 별도의 기금을 설치해 복지·문화·의료,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주민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에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했다.

더불어 기부금의 투명한 운용을 위해 지자체 조례 제정 및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관리감독 하도록 했으며, 나아가 기부금의 모금과 홍보, 통계 등에 관한 ‘원스톱 서비스’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향사랑 기부금법 제정에 맞춰 시행령을 제정해 자치단체가 고향사랑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 운영에 필요한 기금심의위원회 준비와 답례품 선정 등 조례제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 일본의 고향납세제도와 비슷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는 세수감소 및 지역 간 격차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2006년 후쿠이현 지사인 니시카와잇세이가 처음으로 '고향기부제 공제'의 도입을 제안하면서 출발해 2007년 아배내각이 총무성에 '고향납세연구회'를 설치했다. 2008년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기부와 세금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고향납세제도를 제도화하게 됐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는 개인이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기부금 중 자기부담금 2000엔을 넘는 부분에 대해 일정액의 소득세와 개인주민세를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공제된 금액 중 소득세 공제액은 자신의 계좌로 입금되며, 개인주민세 공제액은 주민세로부터 환급된다.

시행초기에는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일본 정부는 원스톱 특례제도, 고향납세제도의 다양화,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강화 등 고향납세제도의 개편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했다.

특히 고향납세 이용 후 확정 신고를 하지 않아도 기부금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특례제도의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2008년 고향납세제 시행 후 13년 만에 기부액이 82배 증가하는 등 열악한 지방재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지진 등 대규모 재난 발생 때에는 해당 자치단체에 출향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는 효과도 거뒀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지난해 9월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은 우리 돈으로 약 7조원 정도의 기부금이 모아져서 전국적으로 배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일본에 비해서 우리 경제 규모가 3분의 1정도라고 추정해보면 제도가 정착했을 때 2조 4000억원 정도 지방에 지원될 수 있을 것으로, 지자체별로 연간 약 100억원 정도 재정 보완 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형 고향사랑기부금법 방안 필요

한편, 고향사랑기부금법 법제화와 관련해 농업계에서는 국회 통과를 반기는 시선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이 개인의 자발적 기부에 의존한다는 취약성으로 인해 소기의 정책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강제적인 조세에 비해 세수 예측이 부정확해 세수안정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이학구 회장은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금법은 기부 유인책보다 기부 남발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책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시행 전인만큼 당장 제도 개선을 논하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납부 시스템, 답례품 선정 등 역량을 모아야 하며, 다양한 유·무형 가치 창출로 주요 농업·농촌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고향사랑기부금법의 세부 사업 설계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밝힌 고향사랑기부금법 방안은 △기부자의 편의를 고려한 납부 시스템 구축과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답례품 개발 선행 △답례품 선정과 관련해 본래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지역 농축산물 및 농축산가공품 적극 활용 △정부·지자체·농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해 관련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안 △국민적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대국민 홍보활동 전개 △지역 특성에 맞는 세부 사업 발굴 작업 등이다.

이 외에도 답례품 제도의 역기능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답례품 제도가 고향사랑기부제도 본연의 도입 목적에서 벗어나 특정 인기 상품 쇼핑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또, 답례품 경쟁이 과열될 경우 답례품 제공 관련 경비지출이 오히려 기부금 수입을 초과하는 기부금재정 적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관련 이개호 의원은 "고향사랑기부금법은 발의 4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 제도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호빈 기자 binnaho@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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