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7 월요일

[친환경 농산물·上] 친환경, 벌레 죽이는 게 아니라 못 오게 하는 농법

친환경농산물?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만 사용해 생산한 농산물
유기농? 3년 이상 화학 비료나 화학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물을 이용해 생산하는 방식
무농약 농산물? 화학 농약 사용하지 않지만, 화학 비료를 권장량의 30%내 사용 농산물
"소비자 '안전 욕구'로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에 너무 과한 가격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정지은 기자 등록 2021-11-29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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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학 농약과 비료를 최소량만 사용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
[농업경제신문 정지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학 농약과 비료를 최소량만 사용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행 농업보다는 농약과 비료를 적게 사용해 훨씬 건강할 것 같지만 친환경 농산물이 특별히 영양가가 높거나 깨끗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 발표도 있다. 농업경제신문은 친환경 농산물의 건강학적 효능, 친환경 농산물 재배면적 감소 이유, 친환경 농업의 현주소와 대선 정책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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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과육이 단단하고 보관 기간이 길다. 친환경 손질 양배추, 새송이버섯, 고구마, 브로컬리. 사진=정지은 기자
◇ 친환경 농산물, 과육 단단하고 보관 기관 길어

"어린이들에게 잔류 농약 없는 깨끗한 농산물을 먹이고 싶어 친환경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경기도 고양에서 15년째 시금치, 얼갈이, 상추 등 엽채류를 재배하고 있는 A씨(40대)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화학 비료와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정성껏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은 경기도 초등학교 급식 식재료로 사용된다.

A씨는 "일반 농산물에는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잔류 농약이 남는다"며 "잔류 농약이 체내에 쌓이면 암, 아토피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환경과 건강을 우선해 시작한 친환경 농사지만 일반 관행 농업에 비해 몇 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A씨는 "화학 농약을 치면 한 번에 벌레가 죽고 치료가 될 수 있다"며 "친환경은 벌레를 죽이는 게 아니라 못 오게 막아야 해서 손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또한 친환경 농업은 화학 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만 사용하기 때문에 성장하는데 절대적인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A씨는 "화학 비료로 인위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자랄 수 있게 기다린다"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재배할 수 있는 농작물의 양도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다림의 미학'으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A씨는 "친환경 농산물은 과육이 단단하고 식감이 더 좋다"며 "농작물이 스스로 힘을 길러 성장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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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산물은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것이고, 무농약 농산물은 화학농약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어느 정도만 사용해 재배한 농산물을 의미한다. 사진=농촌진흥청
◇ 유기농·무농약·친환경 농산물...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까?


유기농, 무농약, 친환경….

일반 농산물보다 더 친환경적인 재배 방법을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지 헷갈리기 쉽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1년부터 친환경농산물 표시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량만 사용해 생산한 농산물을 의미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정의한 유기농은 3년 이상(다년생 이외 작물은 2년) 화학 비료나 화학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물을 이용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무농약 농산물은 화학 농약은 사용하지 않지만, 화학 비료를 어느 정도(권장 성분량의 3분의 1 이내) 사용한 농산물을 의미한다.

'화학 비료'가 없었던 60~70년대 까지는 대부분 친환경 농법인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었다. 화학 비료 대신 인분을 비료로 사용했다.

화학 농약 대신 독초에 물을 타서 뿌렸다. 이렇게 해서 생산한 농산물은 그 양이 많지 않았고, 그나마 여기저기 벌레 먹은 데가 있었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정부는 한정된 땅에서 더 많은 수확물을 거두면서 해충의 피해를 덜 받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화학 비료와 화학 농약이다.

'잔류 농약'이 없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는 까다롭다. 흔히 유기농을 포함한 친환경 농산물은 청정지역에서 깨끗한 흙과 물, 따사로운 햇볕에서 수확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은 대부분 인공적인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다. 이러한 재배 환경 탓에 친환경 농산물이 무조건 더 건강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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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에 항암물질 등 특정 성분이 더 많다는 주장이 있지만 영양학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사진=정지은 기자
◇ 비싼 유기농·무농약 등 친환경 농산물이 몸에 더 좋을까?

일반 농산물보다 1.5~2배 가격이 비싼 '친환경 농산물'을 보면 '일반 제품보다는 훨씬 건강하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건강을 생각하면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 것이 좋지만 과연 비싼 값을 치를 가치가 있는지 의심도 든다.

친환경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다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친환경 농산물이 항상 더 건강한 것은 아니다.

확실한 것은 친환경 농산물을 먹으면 잔류 농약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의 잔류 농약은 일반 농산물의 1/4 수준이다.

또한 2014년 나온 논문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항산화 성분 함량이 더 높았다.

2017년 발표된 논문에 다르면 친환경 농산물이 천식·부비동염·비만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결과가 있다.

이처럼 친환경 농산물에 항암물질 등 특정 성분이 더 많다는 주장이 있지만 영양학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발표도 많다.

뛰어난 영양 성분의 농산물을 얻으려면, 유기농이 아니라 유전자 조작이나 육종 등으로 품종을 개량해야 한다. 유기농이라고 해서 영양분이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기농을 포함한 친환경 농산물이 영양분이 많거나 안전한 식품이라는 허상 때문에 너무 과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과일과 채소를 친환경 농산물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연 우리가 지불한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은 '거품'없는 적정한 가격일까?

정지은 기자 thekpm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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