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7 월요일

['배추'의 경제학] 서민경제 흔드는 배추, '너'의 정체는?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섭취하는 채소로 연간 1인당 배추 소비량은 49.3kg에 달해

홍미경 기자 등록 2021-11-13 0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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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연간 1인당 배추 소비량은 37kg으로, 전체 채소 소비량의 31.2%를 차지한다.
[농업경제신문 홍미경 기자]
입동(立冬)이 지나고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서민들 사이에 이슈죠.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국민반찬에 꼽히기 때문에 민감한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의 배추는 어디서 부터 왔으며, 서민경제까지 흔드는 끼치는 배추의 모든것을 숫자로 풀어봤습니다.

◇ 배추 13세기 등장... 채소 아닌 약초로 활용

배추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섭취하는 채소로 꼽힌다. 연간 1인당 배추 소비량은 37kg으로, 전체 채소 소비량의 31.2%를 차지합니다(2019년 기준).

배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채소중 하나예요. 때문에 18~20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 또 잎이 뭉치는 결구를 위해선 이보다 약간 낮은 온도인 15∼18도가 적당합니다.

배추의 기원은 지중해 연안과 북동부 유럽의 보리밭 등에서 자라는 잡초성 유채라고 전해집니다. 이 식물이 지중해와 중아시아를 거쳐 2,000년 전에 중국에 전파됐어요. 16세기에 반결구배추, 18세기에 결구배추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3세기 무렵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처음 등장해요. 당시엔 채소가 아니라 약초로 이용됐습니다. 또 조선시대까지 한양과 개성에서 주로 자란 것으로 알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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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13세기 무렵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엔 채소가 아니라 약초로 이용됐다.
오늘날 배추는 크기가 크고 잎도 많은데, 이 배추는 중국의 결구종배추가 정착한 것이고 조선시대까지 한국의 전통 배추는 반결구종이었습니다.

빈결구종은 한양과 개성에서 주로 재배했으며 배추잎이 절반정도 뭉친 모양이다. 무게는 결구종보다 가볍고 생육기간도 길죠.

임오군란 이후 중국인들이 한국땅에 살고 중국과 왕래하면서 중국의 결구배추가 들어왔습니다다. 결구배추는 배추잎이 서로 감싸 완전히 뭉친 것인데 생육기간이 짧고 크기도 큰 것이 특징입니다.

일제강점기 반결구배추에 병충해가 심해지면서 결구종 배추가 보급됐다. 이후 이후 생육기간이 비교적 짧고 냉해와 병충해에도 강한 결구종배추가 주를 이루게 됐어요.

◇ 국내 배추 총 생산량과 소비량

국내 생산되는 배추 수량은 얼마나 될까. 2020년 가을 기준 배추 생산량은 133만 9,742톤으로 전년(105만 9,925톤)보다 26.4% 증가했습니다.

재배면적은 1만 3,854ha로 전년(1만 968ha)보다 26.3% 증가했다. 재배면적 증가 요인으로 파종기에 배추 가격이 상승하면서 배추를 재배하려는 농가가 늘어나 면적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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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가을 기준 배추 생산량은 133만 9,742톤으로 전년(105만 9,925톤)보다 26.4% 증가했다.
또 10a당 생산량이 9,670kg으로 전년(9,664kg)보다 0.1% 증가했습니다. 이는 결구기(배추 포기가 형성되는 시기) 강수량이 부족했지만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일조량이 좋아 10a당 생산량은 전년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배추의 성숙기에 해당하는 9월~10월 강수량은 2019년 390.2mm에서 2020년 220.5mm로 줄어들었지만 일조시간(9월~10월)은 2019년 353.9hr 였던것에 비해 2020년 400.9hr로 증가했습니다.

이에 배추 가격도 상승 지난해 금추로 불리기도 했죠. 지난해 가을 배추 가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매, 상품, 1kg, 8월 기준)은 2018년 1,868원에서 2019년 877원으로 폭락했던 반면 2020년 1,971원으로 상승했습니다.

올해의 경우 김장철에 출하될 가을 배추 재배면적은 전년과 평년 대비 모두 줄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가을배추 재배면적을 1만1629㏊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16.1%, 9.2% 감소한 수치다. 가을무 재배면적도 4396㏊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5.1%, 8.7% 감소했어요.

다만 올해 고랭지배추는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10∼20%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이 4908㏊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2.9%, 4.5%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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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dhfgo 가을배추 재배면적을 1만1629㏊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16.1%, 9.2% 감소한 수치다
◇ 서민경제 흔드는 배추 '공급의 가격 탄력성'


배추는 김장철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서민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농산물중 하나예요.

배추 농사가 풍작을 이루면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어야 해요. 풍년이고 풍작이면 좋아야 할 텐데 농민들은 애써 지은 농산물의 수확을 왜 포기하는 걸까요? 공급의 가격 탄력성으로 이를 설명해 줍니다.

공급의 가격 탄력성은 한 재화의 가격이 오르내림에 따라 ‘공급량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크다’는 것은 가격이 조금만 변해도 공급량이 크게 바뀐다는 의미죠.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작은 대표적인 재화는 농산물이예요.

농산물은 가격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농산품은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바로 추가 생산을 할 수 없어요. 또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부피가 큰데다가 저장도 쉽지 않아 공급량을 줄이기가 힘듭니다. 또 작황이 날씨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급량이나 가격을 예측하기도 어렵죠.

평균적으로 배추값이 포기당 4,000원이고 공급량이 100포기인데, 그해 배추농사가 잘되어 공급량이 120포기로 늘었고, 배추가격이 4,000원에서 3,000원으로 떨어졌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때 배추 공급의 가격 탄력성은 약 0.8이 됩니다. 배추 출하량이 100포기일 때 농부의 수입은 40만원(A)이고, 120포기일 때는 36만원(B)입니다.

배추 같은 농산물은 출하기에 가격이 떨어진다고 갑자기 공급량을 줄일 수 없고, 풍작이라도 수요가 크게 늘지 않지요. 여기에서는 배추 생산이 늘었을 때 모두 소비된다고 가정했지만, 실제로는 100포기만 소비되는 데 그칠 확률도 높습니다. 그럴 경우 가격은 더욱 떨어지므로 실제 농부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은 30만원에 불과하죠.

만약 배추 생산량이 200포기로 늘어났다면, 가격은 더 떨어지고 농가소득은 훨씬 줄어들게 됩니다. 게다가 배추 수확 비용도 더 들죠. 결국 농민들은 배추 풍년이 들어도 논밭을 갈아엎는 것입니다.

◇ 서민경제를 흔드는 배추

배추는 김장철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서민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농산물중 하나죠.

올해는 배추 무름병과 이상기후로 인해 배추 수확량이 떨어지면서 가격이 상승, 김장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배추 상급 10㎏의 평균가격은 1만1185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3% 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경만 하더라도 배추가 금추가 되어 관계부처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도 나서서 배추값 폭등을 막으려고 했지요.

당시 배추 10㎏ 상품의 도매가는 1만9840원으로 9월과 비교했을 때 약 208% 상승한 가격으로 가파른 가격상승률을 보이며 판매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배추값은 폭락해 전년(10㎏당 경락가 4925원)의 절반 수준인 2500원 선으로 판매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배추의 가격을 결정짓는 것은 배추 농사를 짓는 농부도 아니고 농협에서 일괄적으로 결정짓는 것도 아니예요. 배추와 같은 농산품뿐만 아니라 모든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됩니다.

상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곳에서 결정되고,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값이 올라가고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값이 내려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의 소비를 줄이고, 이렇게 수요가 줄면 가격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것을 바로 시장의 가격조정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작년처럼 배추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은 배추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거나 반대로 배추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요와 공급 사이의 균형이 무너졌음을 의미합니다. 작년 배추 가격 폭등은 수요의 증가 때문이 아니라 공급의 급격한 감소에서 발생했어요.

◇ 배추도 선물(Futures)을 한다고?

이외에 배추 유통 시장에는 흥미로운 것이 있습니다. 보통 중간상인들은 배추 같은 농산물들을 씨를 뿌리기 훨씬 전부터 밭떼기(포전거래)로 사놓습니다. 이때 공급자인 농민에게 계약금이라는 명목으로 선납금을 주죠. 일종의 선물 거래인 셈이예요.

선물거래란 미래의 특정 시점(만기일)에 특정 상품을 일정한 가격에 사들일 것을 미리 약속하는 거래를 말합니다. 국제시장에서는 곡물이나 석유 등을 거래할 때 이런 방식이 활용됩니다. 선물시장이 만들어지면 미래의 가격에 대한 여러 투자자의 예측치가 모아지는 효과가 있어요.

기업과 금융기관은 이를 토대로 투자를 하게 됩니다. 물론 미래 시점의 가격이 어떠냐에 따라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이익을 챙길 수도 있어요. 지불하기로 한 것보다 가격이 오른다면 이익을 보겠지만 가격이 내리면 손해를 보게 되는 원리죠.

현실에선 ‘선물거래’로 물건을 대량 확보한 경우 현물 시장의 가격도 흔들 수 있습니다. 선물거래가 매점매석과 투기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중간상인들끼리 약속을 맺고 인위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배추의 양을 줄여 가격을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담합'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올해처럼 이상 기후 때문에 배추 출하량이 적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담합과 매점매석으로 일부 중간 유통업자만 지나친 이익을 취하고, 농민은 농민대로 또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합리한 일을 당하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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