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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촌평] '자책골' 넣은 선수 조롱하는 듯한 자막.. 정작 '자책골' 넣은 건 또 사고 친 MBC

강재규 기자 등록 2021-07-26 11: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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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축구협회 트위터 /자료=디시인사이드
[농업경제신문 강재규 기자]
MBC가 도쿄올림픽 중계도중 잇단 '사고'를 치면서 국제적 망신살을 뻗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소개 사진을 상대국민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 그들의 과거 아픔을 다시 떠올리게 할 매우 부적절한 방송재료를 넣어 물의를 빚은지 이틀만에 또 터진 것이다.

'사고'는 지난 25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를 중계하면서 터졌다.

한국은 1대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상대방의 자책골이 터져서다. 전반 27분 이동준의 크로스가 황의조를 향했는데, 이를 막으려던 루마니아의 라즈반 마린의 발끝에 공이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공식 기록에 마린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문제의 자막은 전반전이 끝난 뒤 광고 화면과 함께 등장했다. MBC는 후반 시작 전 중간 광고를 내보내며 오른쪽 상단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냈다. 시청자들은 "MBC,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이해가 안 되는 개그는 조롱인데 MBC만 모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 중에는 "자책골 고마워요.. 이 말, 남 얘기도 아니고 바로 MBC 니네들 말이네? 연속적인 자책골 고맙다" "진짜 외눈박이에 창피하고 무식하고 능력없고.... 이런게 공영방송이라니 기가막힌다"란 반응도 나온다.

MBC가 왜 이 지경이 됐는가. 방송가 안팎에서는 MBC가 스포츠 중계를 올해부터 자회사로 이관한 게 주된 요인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하던 경영진이 뒤늦게 도쿄올림픽 개막을 6개월 앞두고 진행한 인사이동을 하는 바람에 자막과 영상 데스킹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요인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과거 한때, 공중파 3사 시절 우쭐해하던 시절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시청률을 방송 3사가 비슷하게 나눠먹던 시절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종편을 비롯한 케이블방송들이 즐비하다. 공중파 말고도 볼만한 채널이 너무나 많다.

그러다 보니 왠만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5%를 넘기기 어렵다. 많은 채널이 '나눠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얘기는 공중파 방송 잘 나가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쭐댈 기분이 아닐 것이다. 잘나가던 피디나 작가도 한 순간에 짐싸야 할지 모를 일이다.

시청률 경쟁이 가속하면서 정석으로 가는 것을 잊고 자꾸만 무리수를 두다 보니 이번 같은 실수를 배양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시청률 싸움에 매몰된 나머지 정제되지 못한 프로그램들이 난무한다든지 말초적 자극만을 생각한 프로그램 제작 등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언제고 공염불에 그칠 공산도 없지 않다.

MBC가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제작을 줄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2019년 1000억 원대 적자에서 이듬해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을 지는 모른다. 하지만 과거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던 방송국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지금처럼 콘텐츠 수준이 하락하는 악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한.

한편 MBC는 지난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며 부적절한 사진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국가를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썼고, 엘살바도르 선수단이 입장할 땐 비트코인 사진을 내보냈다. 아이티 선수단이 등장할 때는 폭동 사진을 내보내 빈축을 샀다. 외신에서 소개될 정도로 국제적인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으로 해당 국가로부터 비판을 받자 mbc측은 자사 홈페이지 첫 화면에 한글 사과의 글을 올린데 이어 영문 사과의 글도 올려 유감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과거에는 스스로를 죽인다는 뜻의 ‘자살(自殺)’을 앞에 붙여서 ‘자살골’이라고도 불렀으나 이는 정식 운동 용어가 아니다.

27년전인 지난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콜롬비아의 국가대표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자책골을 넣고 피살당한 사건으로 인해 축구계에선 사실상 사어화됐다. 자책골 넣었다고 총격을 받아 당시 '월드컵 최악의 비극'으로 보도됐고, 그의 골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자책골로 각인된 바 있다.

현재는 스스로를 책망한다는 뜻의 ‘자책(自責)’을 앞에 붙여서 ‘자책골’이라고 부른다.

당시 콜롬비아를 상대했던 국가가 바로 루마니아이기 때문에 자책골의 의미와 심리적 부담감에 대해 어느 국가보다 잘 알 수밖에 없을 것이란 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평화와 화합을 중요시하는 올림픽 경기에서 저런 조롱 섞인 자막을 내보냈다. MBC가 할 말이 없게도 됐다.

강재규 기자 kangjg34@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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