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피해액 수십억?…낙농업계 생존은 '적극행정'

유경석 기자 등록 2020-11-17 09:48:47
  • 우유산업 2~3년 생산계획 필요…정부 “복잡한 산업”
    낙농가-유업체 간 신뢰 바탕 신규 시장확대 필요
    2014년 이후 우유소비촉진 마케팅 효과 안 나타나
    소비기한 저지 마지막 보루…우유·계란·두부 등 보호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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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정읍사문화제'의 전야제 행사로 열린 '2016 정읍 거리퍼레이드'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낙농업은 국산원유자급률 하락과 수입 원유 증가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26년 한미FTA가 발효되면 가격경쟁력 상실로 붕괴 위기마저 우려된다. 농업경제신문은 이에 따라 유제품 유통의 특성과 함께, 낙농업 위기와 대책을 진단한다. 〔편집자 註〕

① 수입산 우유 빗장 풀리나…소비기한 논란
② 우유소비 증가 낙농업 위기…수입물량 ↑
③ 치즈 무관세 수입…원가상승 대책없다
④ FTA 피해액 수십억?…낙농업계 생존은 '적극행정'
⑤ 김승남 의원 "외국 낙농업자 혈세 지원...개선 앞장"

우유 소비는 감소하는 가운데 유제품 수입은 늘면서 낙농업계 경영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이 요구된다. 소비기한 도입 시 낙농업계의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낙농기반을 보호하려는 정부 의지는 명확하다. 2014년 낙농가와 유업체 간 원유(原乳) 가격을 둘러싼 갈등을 빚을 때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우유산업의 특성과 관련한 참고자료에서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골자는 국내외적으로 원유는 우유생산비 등을 근간으로 가격 산정체계를 갖는다는 것.

원유는 '젖소'라는 생명체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한 번 생산이 개시되면 인위적으로 물량조절이 불가능하고, 젖소가 원유를 생산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의 준비기간과 10~20억원의 투자가 필요한 장치·노동집약 산업의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젖소는 생리적 특성으로 여름에는 생산량이 감소하는 반면 겨울에는 증가한다. 하지만 여름에는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겨울에는 줄어들면서 수요·공급의 계절적 불일치가 발생한다.

계절적인 생산량과 원료유 소비량의 차이로 연간 총 수급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계절적인 잉여원유 발생은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일배(日配)식품의 원료로서 상품 저장성이 낮고 변질 우려가 높아 단시간내 생산·가공·소비가 돼야 한다.

우유산업은 이에 따라 2~3년 이상 장기간 생산계획이 필요하고 기상여건, 낙농 주변여건 등 생산적 측면 뿐만 아니라 가공·보관관리가 어려운 수급관리의 취약점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산업이라는 것이 농림축산식품부의 판단이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총 유제품 소비는 치즈 등 원료용 유제품 수요 위주로 증가 추세인 반면 가격경쟁력이 낮은 국산원료 이용은 감소 추세여서 낙농가와 유업체 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신규 소비시장 확대가 필요하다고, 양측에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소비확대 방안으로 국산우유(K-MILK) 사용 인증사업 활성화를 위한 홍보·마케팅을 확대해 제과·제빵 등 유관업계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농협, 유업체, 낙농가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 '우유 나눔 캠페인'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2014년 국산우유사용인증을 목적으로 K-MILK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 1월 기준 K-MILK 인증 참여업체는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 유제품업체를 비롯 스타벅스코리아 등 21개 업체, 470여개 인증제품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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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LK 로고. 자료=뉴시스
문제는 K-MILK 인지도가 좀처럼 높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유소비촉진과 K-MILK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활동이 꾸준하게 진행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의 2019년 우유소비조사결과에 따르면 K-MILK 인증마크 소비자 인지도는 2018년 36.0%보다 1.9%p가 상승한 37.9%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2016년 41.6%보다 3.7%p가 하락한 것이다.

게다가 국산 원유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국산 원유자급률은 2014년 60.7%, 2015년 56.5%, 2016년 52.9%, 2017년 50.3%, 2018년 49.3%, 2019년 48.5%로 갈수록 줄고 있다.

특이한 점은 2014년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2008년 71.8%에서 2009년 69.5%, 2010년 65.4%, 2011년 53.7%로 급락한 이후 2011년 62.8%로 반등했고, 이듬해인 2012년 58.4%로 다시 하락했다가 2013년 60.7%로 상승했던 것과는 다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2008~2013년의 경우 대대적인 우유소비촉진으로 소폭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14년 이후 우유소비촉진을 위한 캠페인은 시장수요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우유소비량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14년 중학교 3학년이던 1999년생 이후 우유소비촉진을 위한 마케팅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군부대 급식에서도 나타난다. 1999년생이 본격적으로 군대에 입대하는 가운데 국방부가 2021년부터 두유(콩즙)를 연24회 신규 도입하고, 해당횟수만큼 흰우유급식을 감량하는 계획을 담은 2021년도 국방부 급식방침(안)을 마련해 추진중이다.

FTA 수입개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학교우유급식 중단으로 원유감산정책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국방부의 흰우유 감량계획으로 낙농가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대두를 주원료로 하는 두유(콩즙)의 경우 대부분 수입산 대두를 사용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영암·무안·신안)이 2020년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쌀, 보리, 밀, 콩, 옥수수 등 5대 식량작물에 대한 10년간 TRQ(저율관세 할당량)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4개 품목 식량작물의 70% 이상이 저가 수입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낮은 관세로 수입하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소비량 가운데 수입산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 특히 보리, 콩, 옥수수는 각각 74.2%, 72.2%, 75.1%로 모두 70%를 상회한다.

이중 우리나라에 도착한 콩에 대한 aT의 국정검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 9월까지 88건에 걸쳐 수입된 콩중에서 GMO불검출로 나타난 것은 2017년 2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86가지 미국산 콩은 모두 GMO에 오염된 것이다. 현재 두유(콩즙) 시장은 정식품(44%), 삼육식품(23%), 매일유업(9%), 남양유업(6%), 연세우유(4%) 등 일부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방부가 두유(콩즙)를 급식에 포함하면서 낙농가 불안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유제품 소비량은 원유환산 기준으로 2008년 60.9㎏에서 2017년 79.5㎏으로, 18.6㎏(30.5%)이 증가한 가운데 소비량 증가분을 수입이 차지하면서 국내 우유생산량은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 중인 소비기한은 낙농업계의 기반마저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흰우유 유통기한은 9~14일로, 소비기한 도입 시 길게는 50일까지 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선적으로 흰우유를 수입할 경우 30일 가량 소요된다는 점에서 흰우유 시장마저 내줄 수 있는 탓이다.

소비기한 도입을 저지하는 것은 국내 낙농업계의 생존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특히 농식품부가 앞장서 우유와 계란, 두부 등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품목은 소비기한에서 예외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식약처는 일단 시행한 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차원의 낙농업계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FTA 체결 이후 낙농업계 피해액이 구분해 발표되지 않거나, 수 십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등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FTA와 코로나19로 인한 낙농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예산증액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국민 영양공급을 위한 필수 기본식량인 우유의 공급기반 붕괴가 눈앞에 빤히 보이는데 정책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낙농가·낙농업계만의 불행이 아닌 전 국가적인 불행"이라며 적극적인 행정을 촉구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등 영향으로 흰우유의 소비 감소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산 원유를 활용해 자연치즈를 개발한다면 원유수급불안정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연치즈 생산을 지원해 국산 원유의 소비 활성화와 국산 치즈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개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국내 낙농업계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기한 도입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내용을 면밀히 파악한 후 상임위원회 차원의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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