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무관세 수입…원가상승 대책 없다

유경석 기자 등록 2020-11-13 10:00:12
  • 사료값 원가비중 54%…조사료 생산이 관건
    사료값·최저임금 인상 등 낙농경영 악화
    원유기본가격 두고 낙농업계-유업체 갈등
    정부차원 낙농기반 유지대책 마련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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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직원이 경남 함양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초지에 비료를 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낙농업은 국산원유자급률 하락과 수입 원유 증가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26년 한미FTA가 발효되면 가격경쟁력 상실로 붕괴 위기마저 우려된다. 농업경제신문은 이에 따라 유제품 유통의 특성과 함께, 낙농업 위기와 대책을 진단한다. 〔편집자 註〕

① 수입산 우유 빗장 풀리나…소비기한 논란
② 우유소비 증가 낙농업 위기…수입물량 ↑
③ 치즈 무관세 수입…원가상승 대책없다
④ FTA 피해액 수십억?…낙농업계 생존은 '적극행정'
⑤ 김승남 의원 "외국 낙농업자 혈세 지원...개선 앞장"

어처구니 없는 원인으로 국내 낙농업계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풀 부족이 원인이다. 조사료 얘기다. 조사료는 젖소의 기본사료로 허기를 달래고 만복감을 주는 데 필요한 사료다.

과거 볏짚·조짚·콩깍지·고구마넝쿨·아카시아잎·무잎·배추잎·사일리지(silage)·건초 등이 이용됐다. 현재는 옥수수, 보리, 호밀(호맥), 귀리(연맥), 유채, 수단그라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총체벼, 사료용 콩, 진주조(펄밀렛), 트리티케일 등 사료작물로 대체되고 있다.

조사료의 중요성은 안전한 원유생산과 함께 사료가격 변동에 따른 낙농가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원유잔류물질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곰팡이독소(아플라톡신M1)로, 이는 사료가 주원인이다. 갈수록 원유위생기준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의도적인 오염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사료 생산과 투여는 중요하다.

아울러 조사료는 사료투입구조를 바꿔 국제곡물시장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2019년 기준 우유 생산비의 54.1%를 사료값이 차지하고 있다. 사료원료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농가 차원에서 사료값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일본 낙농업 구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년 기준 낙농부문 사료투입비율은 한국 40.4%, 일본 14.4%로, 한국은 일본보다 2.8배가 높았다. 일본은 조사료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 국제시장의 옥수수가격지수변동과 관련 일본의 배합사료 가격은 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국제곡물시장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자급사료와 조사료 증산을 통한 사료자급률 향상을 위해 사료생산형 낙농경영지원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반면 한국은 사료투입계수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국제곡물시장의 가격변동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결과 환율에 의한 사료값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영향으로 생산자물가가 오르면서 낙농가 경영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19년 낙농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낙농가 호당 평균부채액는 3억 7000만원으로, 4억 이상 고액부채 농가가 37%를 차지했다.

다만 낙농가들은 두당산유량 증가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최근 3년간 리터당 15원의 우유생산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버티는 중이다.

정부 차원의 조사료 생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도되고 있다. 생산비를 줄일 수 있도록 국내산 조사료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한편 고가의 첨가제와 보조사료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낙농정책인 셈이다.

국산 조사료 생산·이용을 활성화해 생산비를 줄이는 등 축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조사료 생산장비와 사료배합기, 곤포사일리지 장비 등도 지원된다.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을 위해 논이용 동계 사료작물 재배사업과 유휴지를 활용한 풀사료 생산지원사업 등도 시행되고 있다.

사료작물을 재배(계약 재배 포함) 또는 간척지, 하천부지, 군부대 부지 등 자생식물 활용 허용부지에서 야생풀을 채취해 사일리지, 헤일리지 또는 건초로 제조하는 경우 예산 지원하고 있다.

사료작물(forage crop)은 옥수수, 보리, 호밀, 귀리, 유채, 수단그라스,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총체벼 등을 말한다. 사일리지(silage)는 사료작물을 비롯한 각종 유기물재료를 혐기적 상태에서 젖산을 발효시킨 다즙성 발효사료다. 헤일리지(haylage)는 사료작물을 비롯한 각종 유기물재료를 혐기적 상태에서 젖산 발효시켜 수분 45%이하인 조사료다. 건초(hay)는 사료작물의 수분함량이 15~20%이하가 되도록 물리적으로 건조시킨 조사료를 말한다.

농촌진흥청은 자급조사료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봄에 파종할 국산 사료용 옥수수 '광평옥'과 '다청옥' 종자를 보급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사료용 옥수수의 재배 면적은 1만 3000헥타르 가량이다. 젖소를 기르는 낙농 및 축산농가가 많은 경기·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하지만 조사료 안정적 생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남 보령 남포간척지 등 1조 3000억원을 투자한 농업용 간척지에 조사료 등을 재배했으나 배수불량·염해, 자연재해 등으로 재배 실패가 거듭되고 있다.

실제 2015년 1080ha, 2016년 1663ha, 2017년 1934ha, 2018년 2095ha에서 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고, 한국농어촌공사는 피해보상 차원에서 임대료를 감면했다.

낙농가들이 조사료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국내산 조사료 재배의 경우 지역별 여건에 따라 불가능한 곳이 있는 데다 수입 조사료를 선호하는 낙농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알팔파와 티모시 등 조사료의 경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질을 개선시키고 유량을 늘리기 위해 낙농가 수요가 높다.

더욱 큰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료 생산정책이 10년 가까이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시행중인 조사료생산기반확충사업은 2013년 겨울철 논을 활용한 사료작물 재배를 비롯 사일리지 제조비 지원대상 확대, 수입조사료 쿼터 국산 생산·이용과 연계 등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 러시아 연해주 농업투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연해주는 두만강과 접하고 있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외국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운송할 수 있는 경로가 짧다. 속초와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하고 있는 여객선은 하룻밤이면 상대국에 도착이 가능하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 가장 큰 시장을 지척에 두고 있는 데다 유휴 농경지가 넓어 한국의 자본과 영농기술, 마케팅 능력을 접목할 경우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한 새만금 등 쌀재배 대체 2모작을 비롯 통일시대를 대비한 DMZ 내 초지 조성 등 다양한 사료기지개발 아이디어도 제시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홍문표 의원(국민의힘, 충남 홍성·예산)은 이와 관련 "재배면적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가들이 국내산 조사료를 먼저 찾게 하기 위한 가격과 품질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농가가 균일한 품질의 조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시설을 갖추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사료와 함께 원유가격도 낙농가를 힘들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유업체의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2020 원유기본가격은 현행 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인상됐다. 조정된 원유기본가격은 2021년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원유기본가격 결정을 앞두고 낙농업계와 유업체는 여러 차례 협상기일을 조정하는 등 갈등을 겪었다. 낙농가들은 사료가격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원유가격 인상을 주장한 반면 유업체는 장기화된 소비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학교 우유급식 중단으로 334억원 손실이 발생했다며 40원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2018년 기준 전체 원유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 학교우유급식 공급이 중단됐다. 물량기준 일일 460톤에 달한다.

하지만 낙농업계와 유업체 간 원유기본가격 갈등은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미FTA 등 유제품 무관세 수입으로 낙농업계는 경영 위기가 가속화 하는 데 반해 유업체는 이윤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업체는 우유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식물성음료 등 대체음료 등장으로 국내 원유소비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음용유시장 축소를 우려해서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우유생산비는 정부 규제에 큰 영향을 받아왔고, 앞으로 또 어떤 규제로 농가부채를 늘려놓을지 불안한 게 현실"이라며 "정부는 낙농의 생산기반이 지속될 수 있도록 낙농가 생존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만희 의원(국민의힘, 경북 영천·청도)은 "낙농가들이 바라는 것은 우유생산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비용이 오른 마당에 최소 생업은 이어갈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라며 "정부가 FTA로 낙농시장을 개방했다면 이제는 낙농기반 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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