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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신문

경쟁이냐 독점이냐…청와대 vs 산림청 '힘겨루기'

2020-10-22 18:26:36

김대중정부, 산림조합 독점 철폐 '산림법인' 유인
산림청, 산림자원법 제정 산림법인 진입 차단
산림청, 산림조합 수의계약 강행…법적 근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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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산림조합 직원들이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서천군 판교면 묘지에서 의뢰 받은 봉분을 벌초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산림사업 수주방식을 두고 산림청과 청와대 간 신경전이 2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시장경쟁을 유도하려는 청와대의 의도와 달리, 산림청은 산림조합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익적 가치를 지닌 산림관리는 공익성을 지닌 비영리법인인 산림조합중앙회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산림조합 독점 깨려 산림법인 키운 김대중정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상황에서 김대중정부는 민간 산림업체에게 산림사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산림조합의 독점적 폐단이 심각하다고 판단해서다. 1999년 정부규제개혁위원회는 산림사업의 질적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산림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산림법 개정은 강력한 반발에 맞닥뜨렸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등 우여곡절을 거친 뒤에야 농림부령 예외규정에 산림법인이 산림사업을 위탁·대행이 일부 가능하도록 할 수 있었다. 2000년 5월의 일이다. 당시 청와대 의지에 산림청 등이 맞서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산피아'(산림청+마피아)라는 신조어가 인구에 회자했다.

2005년 산림자원법이 제정되면서 산림사업에 대한 산림조합의 우위는 더욱 구체화됐다. 산림법이 폐지되면서 대체 제정된 산림자원법(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산림사업의 대행·위탁을 산림조합 또는 산림조합중앙회로 특정했다. 산림조합 이외 사업자의 대행·위탁 조항은 없다.

이는 산림청이 산림사업 발주 시 산림조합에 수의계약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국가계약법상 대행·위탁 대상자와는 금액과 무관하게 수의계약할 수 있다.

반면 민간 산림사업법인 등은 공개경쟁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2019년말 기준 산림사업법인은 모두 2143곳으로, 사업장 수만 두고볼 때 산림조합 142곳보다 15배가 많다.

#산림조합 수의계약 고수하는 산림청

최근 충북 민간 산림업체 160여 곳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진천군수와 옥천군수, 영동군수 3명과 관계 공무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수십억 원대 산림사업을 발주하면서 공개입찰을 하지 않고 산림조합과 수의계약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충청북도는 진천군·옥천군·영동군 종합감사 결과 산림조합과 수의계약한 것은 지방계약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 주의 처분했다. 불가피한 이유가 없는 한 공개입찰하도록 한 조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지방계약법 상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을 할 수 없는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쟁·홍수·태풍·화재 등 긴급한 경우가 해당한다.

반면 '공개입찰이 비효율적인 사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으로 수의계약할 수 있다. 또한 산림자원법은 공공 산림사업의 경우 산림조합에 대행·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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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산림청장이 지난 18일 세종시 연기면 국립세종수목원 잔디광장에서 '숲속의 대한민국, 국민행복 더 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19회 산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앉아서 100억 수익 산림조합 '위탁형 대리경영'

산림사업 수의계약을 둘러싼 산림청과 민간 산림사업법인은 산림자원법과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의 해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시·군 단위 위탁형 대리경영사업의 '법적 근거'를 두고 다툼은 격화하고 있다.

위탁형 대리경영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림과 숲가꾸기, 사방사업 등 산림사업 일체를 산림조합에 위탁하는 것으로, 산림조합은 산주의 동의, 산업대상지 확보, 사업발주, 관리·감독 등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산림조합은 시공에는 참여하지 않고 산림법인이 시공을 하는 방식이어서, 경쟁관계에 있던 산림사업 법인과 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2019년 제천·함양산림조합에서 시범사업으로 운영했고, 2020년 23개소로 확대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산림조합에 총사업비 중 9.5%를 위탁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향후 15%까지 상향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산림조합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반면 사업비는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한 해만 위탁형 대리경영사업 총사업비는 1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산림조합은 100억원의 위탁수수료 수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위탁형 대리경영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산림청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대신 산림자원법 전부 개정을 통해 내년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산림조합을 위해 산림청이 앞장선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2017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어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산림조합만 산림사업을 대행·위탁하는 것은 차별적인 제도라며 투명성 제고를 권고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9년 김대중정부에 이어 권익위와 공정위가 산림사업의 시행과 관련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것을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산림청과 산림조합중앙회가 대답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산림청-산림조합, 신규 사업으로 '갈등' 해소

산림청과 산림조합중앙회가 항상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갈등은 법제처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법제처는 2018년 11월 산림사업 시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는 내용을 산림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반영토록 했다. 산림조합은 산림사업 등 용역·설계·시공·감리 모두 가능하다. 반면 민간 산림사업법인은 용역과 설계, 시공, 감리업무는 개별적으로 엔지니어링사와 산림기술사, 산림사업법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실제 산림사업법인의 경우 숲가꾸기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산림기능사 4명, 산업기사 2급 2명, 산림경영기능사 1급 1명 총 7명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용역·설계·시공·감리업무를 모두 수행하려면 15명의 관련분야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을 확보해야만 한다. 반면 산림조합은 특별한 인원 규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설계와 시공을 분리토록 한 법제처의 요구는 산림조합의 사업축소와 매출감소를 의미했다. 산림기술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산림청과, 그 결과 사업축소를 우려하는 산림조합 간 갈등상황이 빚어졌다.

이후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수목장림 조성 확대, 권역별 바이오매스공급센터 조성, 위탁형 대리경영사업 확대, 선도산림경영단지 조성, 지역조합 특화사업 확대 등 안정적인 신규 사업 개발 방안이었다.

2019년 2월 산림청과 산림조합 조직원이 참여한 산림조합 발전방안 T/F가 산림조합 발전방안을 마련, 산림청에 보고하면서 갈등은 해소됐다.

#'을의 근성' 자조하는 산림조합 구성원

하지만 산림청이 산림조합 경영개선에 앞장서면서 산림조합 내부에서는 '을의 근성'을 자조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림조합중앙회지부가 지난 5월 28일 발표한 성명서가 대표적이다.

정성기 산림조합중앙회 위원장은 성명서에서, 산림청 발주 사업의 수주 과정에서 산림청 담당자의 바지 입찰 제안으로 야기된 조달청의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을 지적하며 '을의 근성'을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산림조합은 설계·시공 분리와 산림사업 축소 등에 대비해 조합별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는 등 발전방안을 이행 중이다.

이광일 한국산림사업법인협회 회장은 "산림청은 법적 근거도 없이 수의계약하는 위탁형 대리경영사업은 월권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민간 산림법인 역시 산림사업이 가능한 만큼 산림조합에 특혜를 주지 말고 경쟁입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광일 회장은 "산림법인을 양성해야 하는 산림청이 산림조합을 비호하는 것은 영원히 포섭하려는 시도"라며 "수의계약은 전쟁이나 홍수, 태풍 등 긴급을 요할 때에야 가능하다는 점을 되새기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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